“직무수행 등과 인과여부 따져야”
내달부턴 폭행피해 자살자도 해당
군 복무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도 교육훈련이나 직무수행과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국가유공자로 예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18일 군 복무 중 자살한 장아무개씨의 어머니 ㅇ씨가 대구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처분 취소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군인이 군 복무 중 자살로 사망한 경우에도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국가유공자 등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의 자살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법원은 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경우 심신상실, 정신착란 등 자유의지가 완전히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만 국가유공자 자격을 인정해 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판결에 대해 “옛 국가유공자법은 군인이 자살했을 때 경위와 원인을 따지지 않고 국가유공자에서 배제했다”며 “이번 판결은 군인들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더욱 충실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ㅇ씨의 아들은 1999년 4월 선임병들한테서 질책과 따돌림을 당하고 군에서 실시하는 장병 학술평가시험에서 대리시험을 보다가 들켜 문책을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ㅇ씨는 대구지방보훈청이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이라며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고, 1·2심 법원은 “장씨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현실도피 수단으로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편, 새달부터는 ‘자해행위’를 국가유공자 제외 사유로 규정하던 국가유공자법이 개정 시행돼 군 복무 중 폭언이나 폭행, 가혹행위를 못 견뎌 자살한 장병도 순직이나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동아일보
대법 “자살한 군인도 유공자 인정 가능”
기사입력 2012-06-19 03:00:00 기사수정 2012-06-19 03:00:00
군 복무 중 자살한 사람이라도 자살 원인이 직무수행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매년 군 자살자가 70∼80명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들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공군 정비병으로 복무하다 자살한 장모 씨 유족이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취소하라”며 대구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항소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 직무상 인과관계 규명이 핵심
재판부는 “군 복무 중 자살했더라도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판단한 뒤 국가유공자 인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이런 인과관계가 인정되는데도 ‘자살’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자유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의 자살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국가유공자 인정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국가유공자법 4조 6항 국가유공자 제외 사유 가운데 ‘자해행위’는 직무수행과 인과관계가 없는 자살로 국한해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998년 5월 공군에 입대해 항공기 정비병으로 근무하던 장 씨는 이듬해 4월 생활관 지하화장실 출입문 문틀에 군용허리띠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씨는 업무처리 미숙으로 동료들에게 집단따돌림을 받던 중 선임병 지시로 군부대 내에서 장병학술평가시험을 대신 보다가 들켜 괴로워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장 씨 유족은 2001년 대구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들은 이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받아 보훈청에 제출했으나 역시 거부당하자 다시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장 씨 스스로 자유의지에 따른 현실도피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 법은 이미 개정
자해행위로 사망한 사람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는 규정은 지난해 9월 국가유공자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개정법은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향후 군 복무 중 자살한 사람도 폭넓게 국가유공자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 시행 이전에 자살한 군인에 대해서는 이번 대법원 판례가 새로운 법률해석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군인들에 대한 합당한 처우를 가능케 하고 군인들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더욱 충실히 하도록 했다는 데 이번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 국립현충원 안장도 가능
지난해 군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병이 97명에 이르는 등 군내 자살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군 복무 중 자살자는
△2006년 77명 △2007년 80명 △2008년 75명 △2009년 81명 △2010년 82명에 이른다. 이런 추세에 따라 국방부는 최근 ‘전공(戰功)사상자 처리훈령’을 개정해 복무 중 폭언이나 폭행, 가혹행위를 못 견뎌 자살한 장병들도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장 씨 유족은 군의 전공사망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고 개정된 훈령에 따라 순직 판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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