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원의 임무 중 하나가 지역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일이라고 교과서(?)에 나와 있다. 그럼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업이거나, 이해가 얽혀 있거나 적극적인 반대자가 있는 경우 적당하게(?) 처신하라는 선배 의원들의 조언에 따라 늘 말을 아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갈등 조정의 역할’은 행정과 주민 사이에 위치한 우리 기초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4차선 도로 교차로에서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행안부는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고, 교통 선진화 방안 중 하나인 회전 교차로 방식을 채택해 우리 대구 북구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곳이다. 신호 대기에 따른 비용을 줄이고 사고를 줄일 수 있는 괜찮은 방식이었다.

하지만 네거리 주변 건물 주인과 상인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다섯 차례 설명회를 거치면서 강도가 높아졌다. ‘예산 낭비 로터리 공사 결사반대’ ‘탁상 행정 로터리 공사 결사반대’ 따위 현수막을 내걸며, 좁은 네거리에 회전 교차로가 생기면 갓길 주차가 힘들어 상권이 죽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구청은 교통사고 다발 지역에서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며 평행선을 달렸다. 


   
대구광역시 북구청이 운영하는 ‘동화나라 버스 도서관’.


그래서 그 동네 기초의원 세 명이 적극 나섰다. 인근 아파트 주민의 의견을 전달하며 설치 강행을 주장했다. 다행히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을 압도했고 상황은 정리되었다. “선거 때 보자”라고 말하는 반대 주민에게 “그러지요. 많이 봅시데이”라고 응수했다나. 


“허허, 이런 사업도 주민 의견 묻고 하나요?”


우리 구에서는 특수시책 사업으로 ‘동화나라 버스 도서관’을 운영한다. 공무원, 일반 주민, 단체의 후원을 받아 노후 버스를 리모델링해서 공원에 옮겨놓고 아이들이 이용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비용이 3700만원 정도 든다. 지난해에 1호 도서관을 개관한 데 이어, 지난 6월 주무 부서에서 각 동 주민센터와 의원들에게 장소 추천을 의뢰했다. 공간의 적절성, 이용도, 자원봉사자 활동 역량 등을 심사해 우리 동네 공원으로 결정되었다.

변변한 문화 공간 하나 없는 우리 동네 처지에서는 참 고마운 일이었다. 사실 이 버스를 유치하기 위해 연초부터 작은 준비도 해왔다. 마침 작은 도서관 준비모임을 하는 어머니들을 격려해 개관 이후 스스로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했고, 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교육까지 마쳤다. 버스 도서관 자원봉사자 모집 현수막도 내걸었다.

그런데 공원에 인접해 있는 아파트에서 찬반 논란이 일어났다. 공원과 아파트의 경계 지점인 담장 쪽에 버스 도서관을 설치할 예정이었는데, 일부 주민이 ‘시야를 가린다. 공원의 미관을 해친다. 공원 쪽 아파트 담장 허물기 사업을 할 수도 있다’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미리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이유도 곁들였다. 실무 공무원과 함께 위치를 조정해 시야를 가리는 문제를 해결했고, 반상회에 직접 참여해 설명했다. 대부분이 찬성하는 듯했으나 소수는 그래도 반대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주민들이 반대하면 어쩔 수 없다. 구청에 이 의견을 전달하겠다”라고 정리하고 반상회를 마쳤다.

‘이 정도 사업 내용만으로 주민 총회를 열어야 하나. 찬반 투표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구청장이 보고를 받았는지, 전화를 걸어와 만나자고 했다. “허허, 이런 사업마저도 주민들의 의견을 일일이 물어보고 하나요. 허허, 반대 이유도 명확하지 않네요. 제가 알아서 하지요.”

추신. 필자는 <시사IN> 제211호에 대구 북구의원들이 당파를 초월해 마련한 참여예산제 관련 조례가 상임위에서 크게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는 글을 썼다(‘참여예산제 발의의원이 상임위 7명 중 5명인데…’). 그 뒤 다행히 조례 원안을 크게 훼손하지 않은 내용으로 수정 발의안이 제안되어 본회의에서 마침내 통과(찬성 11, 반대 7, 기권 2)되었음을 알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