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철 (대구시 북구 기초의원)
즐거운 상상 - 동네마다 참여예산 페스티발
동대구시장 사거리, 농협중앙회 앞마당, 대현어린이공원에 우리 동네 사업과 관련해 스티커 붙이기 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마을도서관 건립, 소규모 공영주차장 조성, 다문화 가정과 함께하는 마을 축제, 벽화가 있는 거리 조성 등 내년도 우리 동네 현안과 관련해 지역회의에서 수렴한 사업에 대해 우선순위를 묻는 자리라고 합니다. 마을도서관 건립을 제안한 감나무골 책사랑 모임의 아주머니들은 벌써 골목골목 다니면서 홍보에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이면도로 포장과 관련해서는 다섯 곳의 후보지 중 두 곳을 지역회의 위원들이 토론과 조정을 통해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 지역 통장님들 간에 서로 양보를 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하는데, 공개모집을 통해 위촉된 이웃 사람들의 중재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좀더 험한 골목을 우선 공사하기로 한 통장님들의 통 큰 양보로 합의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참여예산 페스티발을 연지 3년. 직장과 내 아이에게만 신경을 쏟던 아빠들도 이제 동네일에 관심을 가진다고 합니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한 법령이나 세금과 관련한 법개정에도 동네 아주머니들이 의견을 나눈다고 하네요.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노무사인 범창이 아버지는 북구 전체 예산편성과 관련해 활동한다고 합니다. 중기지방재정계획에 경로당을 통폐합하고 대신 미니노인복지관을 운영 하자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즐거운 상상이었습니다.
대구의 현실은 - 취지는 좋은데 그거 되겠나
2006년 이후 대구의 자치구 대부분이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를 제정했으나, 취지를 살려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올해 3월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 의무화되었지만 가용재원 및 주민자치역량의 부족, 의회의 심의권 침해우려 등 부정적인 견해가 많아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아직 시기상조인 듯합니다.
지난 6월 북구의회에서는 ‘지방자치연구모임’을 구성해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 제정 및 활성화 방안’을 첫 연구주제로 잡았습니다. 5월 임시회 때 집행부의 조례안을 상임위에서 부결시킨 뒤라, 의원발의로 준비하는 조례는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구성과 권한에 대해 강화된 내용을 마련했지요. 전국의 많은 조례를 수집ㆍ분석했고, 전국 참여예산워크숍에도 다녀왔습니다. 10여명의 의원들이 여러 차례 토론과 워크숍을 진행해 조례안을 마련하고, 7월말 제한적이었지만 주민간담회를 열어 의견도 수렴했습니다.
참여예산에 관한 몇 가지 쟁점
참여의 개방성, 권한 부여, 투명성을 조례 제정과 운영의 원칙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개방성의 측면에서 인원을 제한하지 않는 지역회의를 두자는 초안을 냈으나, 의원들 간 이견이 많아, 대신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실제 운영에서 그 기능까지 맡도록 했고, 위원회의 구성도 공개모집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의견수렴의 창구로서만 기능하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되지 않도록 심의 조정의 권한을 부여하고, 회의의 발언내용까지 공개하는 규정을 두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평가ㆍ환류하는 역할을 담당할 추진단의 구성과 운영도 조례에 규정해 우리 의회에서도 참여할 계획입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훈련의 장으로
연구모임의 성과물인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안은 9월 중순 임시회에 상정됩니다. 단지 예산에 대한 불신을 주민참여를 통해 예방하겠다는 등 예산의 투명성, 효율성 차원으로만 접근할 정책이 아니라, 주민들의 참여와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이자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