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감사 주민 제보를 기다립니다. 대구광역시 북구의회’라는 현수막을 보고 한 주민이 의회 사무실전화를 하셨다.

“현수막 보고 전화했는데 전화로 고발해도 되는교?” “예. 그렇습니다.” “제가 구의원들 고발할라카는데. 그것도 되는교?” “행정사무감사는 구청에서 한 일 중에 잘못되었다거나 개선해야 할 내용을 의회가 감사하는 것인데, 선생님께서 얘기하시고자 하는 내용은 어떤 것인가요?”

“그 사람들이 하긴 뭘 해요. 주민이 더 잘 아는데. 도대체 구의원은 뭘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선거 때면 동네 시장에서 할머니 손을 잡으며 뭐라도 할 것처럼 얘기하던데. 해외 관광 가면서 돈이나 달라 하고. 월급이나 올려달라 하고. 행사 때 폼이나 잡고. 그 돈 다 우리가 내는 세금 아닌교. 구의원들 없애야 돼요.”


   
대구광역시 북구의회가 내건 행정사무감사 현수막(위). 구청에서 한 일 중에 잘못되었거나 개선할 내용을 구의회가 감사하는 제도다.


지방자치 20년을 맞은 지금 아직도 기초의회 무용론이 여전하다. 시의회와의 업무 중복, 기초의회의 구실에 대한 회의, 구의 행정·재정적 부담 등이 부정적인 여론의 근거다. 지방자치의 본질적 측면은 주민참여에 있으며 구의회는 주민 접근성에서 중요한 몫을 하고 있기에, 현재의 구의회 구실에 대한 회의보다는 지방분권화를 이루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긍정적인 여론은 당위론에 그치는 것 같다.


기초의원 활동 돕는 시민 보좌관 9명 배출

풀뿌리 생활정치를 표방하고 나온 필자로서는 단순히 기능의 효율성만으로 구의회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지방자치의 가치를 부정하는 일로 이해되기에, 기초의회의 강화를 주장하고 싶고, 미성숙으로 인한 폐해는 점차 개선해나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천장에서 비가 샌다고 할 때,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집을 고쳐달라고 얘기하고 조치를 기다리겠지만 집주인은 자기가 직접 그 집을 고치려고 나선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세입자가 아니라 집주인의 태도를 갖추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기초의원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활동가가 되어야 한다. 해결사가 아니라 주민의 참여를 매개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의 요구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멍석을 깔아주고, 주민이 그 위에 잘 올라가서 놀도록 만드는 일이 그것이다.

다행히 대구에서 새로운 시도가 진행 중이다. 기초의원의 활동을 돕는 시민 보좌관을 9명 배출한 것이다. 대구KYC(한국청년연합)가 ‘풀뿌리 지방자치 아카데미’를 이수한 대학생·대학원생 등을 시민 보좌관으로 위촉했다.

이들 시민 보좌관은 무급 자원봉사 형태로 기초의원과 협약을 추진한다. 기초의원의 의정 파트너가 되어 주민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전달하고 의정 활동을 돕는 일을 맡으며, 의원과 다양한 논의를 거쳐 지역 발전에 필요한 정책 및 대안을 함께 만들게 된다. 현재 시민 보좌관들은 각 구의 기초의원과 간담회를 진행하며 실제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방법을 모색 중이다. 기초의원을 보좌하는 동시에 감시하는 임무를 띠게 될 이들 시민 보좌관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