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처남의 교통사고

나의 이야기

by 뽈삼촌 2011. 7. 23. 21:08

본문

지난 월요일(7. 18.) 오후 늦게

의회에서 추경예산안 종합심사를 준비하던 중

들째 처남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막내 처남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빨리 충주 건대병원으로 오라고.

 

설마했었는데

처남의 5살된 둘째딸이 결국 숨졌다고 합니다.

처남댁도 많이 다쳤고,

다행히 운전석의 처남과 첫째딸은 경상이었습니다.

 

장모님, 처남의 처가 식구들, 마을의 어르신 몇 분이 와 계시더군요.

 

처남도 부상을 당한지라 사고경위도 파악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사고는 12시 경. 사망시각은 20:25경.
고속도로순찰대의 담당자는 후송하고는 퇴근해버렸고,

사망 사실을 뒤늦게 안 고속도로순찰대의 교대자가 밤 늦게 병원에 왔더군요.

 

큰처남과 함께 충주경찰서로 갔습니다.

유족조서를 받아야 한다네요.

 

괴산과 충주 사이의 매현터널 안에서의 사고라 CCTV에 영상이 녹화되어 있었습니다.

 

동영상과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고

필요하면 정보공개를 요청하겠다고 했습니다.

 

충격에 아무 말도 못하는 처남의 모습이 애처럽더군요.

아빠 엄마가 퇴원할 때까지 분골을 잘 보관하고 있을테니 염려 말고 치료나 잘 받으라

위로를 하고 새벽에 내려왔습니다.

화장장 예약도 힘들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문경, 제천, 충주 화장장을 찾아다니다 겨우 이틀 뒤인 수요일 충주화장장에 예약을 했습니다.

 

참여예산 막바지 토론에, 추경특위 위원장 일에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차에

사고가 겹치니 많이 힘들더군요.

 

수요일 저녁 안치를 약속한 팔공산 기슭의 절에 도착해 기다렸습니다.

막내딸의 분골함은 제 딸인 다영이가 안고 있었는데

처남과 동서의 표정이 불안해 보이네요.

 

대구에 다 와가는데 안치는 안되고 바로 산골을 해야한다고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처음 통화를 한 비구니가 주지스님께 말씀을 드리니 안된다고 했다나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49제를 드릴 속셈이었나 봅니다.

화가 났습니다.

 

자기들도 미안한지

밤이 늦었으니 하룻밤만 절에 안치를 하고

다음 날 시립 납골당에 알아보고 안치를 한 후

49제를 드리자고 하네요.

납골당도 없는 절에 무작정 오라고 해놓고

현대공원 시립납골당 운운...

나쁜 사람들....

 

다음날 아침 전화했더니

현대공원 대구시립납골당은 대구 시민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네요.

인터넷으로 사설납골당을 알아보았습니다.

대구시내에도 많이 있네요.

영구 안치를 주로 하지만요.

임시(1년 정도)로 안치하기도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지인의 도움으로 파계사 극락전에 안치했습니다.

아이의 부모가 퇴원할 때까지 임시로 안치한 것이지요.

파계사 스님들의 배려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큰처남과 의논을 했습니다.

아이와 부모를 위해서 49제 막제(9월 4일)를 준비하자고.

그 때 쯤이면 처남댁도 외출이 가능할 것이니.

 

그렇게 일단 한시름을 놓았습니다.

 

 

응급수술한 처남댁의 상태가 좋지 않아 사고 당일 밤늦게 서울의 병원을 알아보았다고 합니다.

다행히 다음날 아침, 서울 아산병원과 연락이 닿았고.

 

처남댁과 처남은 출발하기 직전

싸늘하게 식은 딸의 시신을 안고는 그렇게 울었다고 하네요.

장모님도 마찬가지였고요.

엠뷸런스를 타고  둘째 처남과 장모님, 처제는 함께 서울로 올라갔고

 

그렇게 동생들을 보낸 큰 처남은 조카의 화장을 맡아

매제와 함께 남은 일을 처리하고

수요일 저녁에 대구에 내려온 것이지요.

 

충주화장장에서도 특별한 상황이 있었더군요.

충주건대 병원 영안실에서 화장예약을 했고, 시각에 맞추어 리무진을 이용해 화장장에 도착했는데

예약이 안되어 있다고 해요.

아마 건대 병원 영안실에서 사무 착오를 한 것 같습니다.

 

화장장의 직원이 

"예약이 안되어 있어 화장해줄 수 없다. 애를 데리고 돌아가라. 우리는 책임이 없다."고 했다고 합니다. 

수요일 아침 충주로 올라간 아내가

"상황은 알겠는데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책임을 따지지 말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다시 간곡하게 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화장장 직원은

"우리는 책임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더라고 합니다.

아내가 격분했고,

소장을 불러 호되게 질타를 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당신들에게 책임을 묻는게 아니라고.

아이의 부모는 병원에 그것도 서울 병원으로 후송했고,

가족들은 대구에서 올라와 화장을 위해 이틀을 꼬박 이곳 충주 병원에서 기다렸는데

어떻게 이렇게 일을 처리할 수 있냐고."

 

다행히 화장장 소장이 적절한 시간을 선택해 겨우 화장을 마쳤다고 합니다.

 

큰 처남과 동서는 이틀 동안 영안실을 지키느라 잠을 자지 못했지요.

그런 상태에서 화장장의 소란이 벌어졌고,

게다가 대구로 오는 길에 안치가 안된다는 전화를 받았으니

제 정신이 아니었을 겁니다.

 

절에서는 안치는 안된다고 하고.

주변의 몇 분은 '부모가 빨리 잊어버리게 큰아버지가 알아서 산골을 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하고,

당사자인 아이의 부모는 자신의 손으로 아이를 보내고 싶다고 하고,

그렇게 빨리 보내야 한다면 수술을 받지 않고 외출해서 나가겠다고 하고

 

수요일 밤 큰처남의 얼굴은 정말 불안해 보였습니다.

 

유골함은 절에 하룻밤을 재우고 집으로 왔습니다.

 

소주를 한 잔하며 하나 하나 정리해 들어갔습니다.

부모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고

우리가 결정하지 말자고

아산병원에서 어느 정도 치료가 되면

어차피 병원을 옮겨야 할 것이니

대구에 있는 병원으로 옮기도록 계획을 잡고

그 때 간단한 예식을 하며 부모가 직접 뿌릴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주자고.

 

파계사에 안치하고 내려오는 길

큰처남은 그제서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네요.

파계사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고.

 

 

오늘 토요일 저녁

처제와 교대를 위해 어제 서울로 올라간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다행히 처남댁의 수술은 잘 끝났고,

염려했던 심장의 이상증상도 검사결과 특이사항이 없다고 합니다.

 

정형외과 치료를 중심으로 진행하면 된다고 합니다.

아산병원에서의 치료가 끝나는 대로 대구의 병원으로 옮기는 준비를 한다고 하네요.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의문사 사건 승소 소식  (0) 2011.07.25
병호형을 하늘나라로 보냅니다  (0) 2011.07.23
생명평화행진  (0) 2011.06.19
생명평화미사  (0) 2011.06.19
베란다 상추  (0) 2011.04.2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