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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그리운 할머니

공동체마을 만들기/동네이야기1

by 뽈삼촌 2011. 10. 2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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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가운데 사시지만

이웃들과 왕래가 전혀없이 외로운 섬처럼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이 있습니다.

경로당에도, 교회에도 나가시지 않습니다.

2층 큰 주택에 혼자 살고 계시지요.

2층 계단에는 큰 나무가 걸쳐져 있어 올라가지도 못합니다.

 

"집수리를 해서 믿을만한 사람에게 세를 놓으시지요. 집도 관리 좀 해달라고 하고요"

"아들도 못 믿는데,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믿어. 그냥 혼자 살거야."

 

모든 사람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주민센터 공무원들에게도 항상 적대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 할머니였지요.

 

한 달 전 주민센터 사무장과 동네를 돌다 우연히 인사를 하게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몰래카메라로 항상 지켜본다. 헤코지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앞 집에 사는 여자가 지난 번 병원에서 내 서랍을 뒤진 사람인것 같다.

한 번 말을 붙였더니 끝이 없더군요. 말씀을 들어주려니 상당한 인내력이 필요하더군요.

 

그렇게 몇 번 면을 트고 지냈는데

며칠 전 집앞에서 만났더니

요즈음 이빨이 아파서 잠을 못잔다고 합니다.

서너군데 치과를 들렀는데, 한 곳은 막무가내 오지마라고 하고, 한 곳은 보호자를 데리고 오라는데

참 이상하다. 왜 그런지.

듣는 저도 이상했습니다.

 

다행히 그날 오후 일정이 없어

"제가 모시고 한 번 갈까요?" 했더니

빙그레 웃으시면서

"그래도 될란가?  아직 머리를 안빗었는데."

"할매, 얘기 나온 김에 함 가봅시더.  밖에서 기다릴게요."

 

다행히 돈이 많이 드는 치료가 아니었습니다.

오른쪽 윗니 두개(위 사진)가 수명을 다했으니 살리지는 못하고 뽑아야 한다. 그 부위에 염증이 생겨 아픈거다. 일단 약을 드시고 내일 뽑으면 된다.

그렇게 이틀을 동행했습니다.

이를 뽑는 날

"아프면 어떡하지. 겁이 난다."며 엄살을 부리시는 할머니는 영락없는 초등학교 여학생의 모습이었습니다.

 

마취때문에 조금 어지러울 수 있다는 말에 병원을 나서며 팔장을 끼었더니 몸을 바짝 기대시네요.

 

혼자 사시는 할머니라고 했더니

처치비 14,000원을 반으로 깍아주네요. 약 값 포함해 만원에 한달 동안의 고통이 해소되었습니다.

 

할머니 혼자 들른 치과에서는 왜 오지라말고 했지?

이유는 알지 못했습니다.

 

해어질 때 빙그레 웃으시며 맛있는 포도라며 한 봉지를 내미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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